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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쇼 백신’ 접종 현장 가보니…"빨리 마스크 벗었으면" 대기자 줄이어


입력 2021.06.01 14:00 수정 2021.06.01 14:48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팬데믹 이전 일상 회복 기대감↑…30대 이상 노쇼 백신 예약자 몰려

"AZ 백신 부작용 불안하지만 최대한 빨리 코로나19 백신 맞고파"

일부 병원 "노쇼백신 예약 문의에 일반 진료 어려울 정도"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잔여백신'을 검색해 확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잔여백신'을 검색해 확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오늘 노쇼 백신 없을걸요. 전화로 예약하고 2주 정도는 대기하셔야 해요”


동작구 사당동 한 내과의원은 병원 업무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으러 온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병원 내 간호사들에게 당일 ‘노쇼(No-Show)백신’ 발생 여부를 물어보니 “접종 예약자들 중 노쇼 하는 분은 거의 없다”며 “매일 상황이 달라 노쇼 백신 발생 여부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내과의원도 전화로 노쇼 백신 접종을 예약한 대기자가 최소 수십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노쇼 백신 예약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셀 수조차 없다”며 “대기자 명단에 2주 이상 이름을 올리고 있는 분들만 족히 20~30명”이라고 말했다.


“집·회사 근처 병원 10곳에 전화 돌렸죠”…병원 당 노쇼 백신 접종 예약자 수십 명


최근 노쇼 백신 접종 열기가 거세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노쇼 백신 접종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에게 5인 이상 집합금지 기준을 완화하고 해외여행 후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노쇼 백신 접종 대기자들 사이에서 AZ 백신 부작용 우려에도 접종 열풍이 불고 있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잔여백신을 조회하면 하루종일 잔여백신 수량이 0건으로 검색되고 병의원에 직접 전화해 노쇼 백신을 예약한 대기자가 의원당 수십명 이상일 정도로 백신 접종 열기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이수역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노쇼 백신을 접종한 김모(31)씨는 “전화 예약은 2주 전인 지난 14일부터 10곳의 병원에 돌려놨다. 집 근처인 이수역 인근과 회사가 위치한 평택 인근 병원 5군데 씩은 전화를 돌려놨었다”며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어 신혼여행을 해외로 가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싶었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AZ 백신 접종을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잔여백신을 알아봤지만 전부 0건으로 떴다. 전화 대기자에게 먼저 노쇼 백신을 접종한 뒤 카카오나 네이버에 잔여백신 수량을 올린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 예약에 박차를 가했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적모임 인원 제한에서 제외되길 바라는 기대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AZ 백신 접종이 가능한 30대를 중심으로 노쇼 백신 접종 예약이 활기를 띠는 이유다.


강남구 역삼동에 거주하는 이모(34세)씨는 “지난주부터 전화 예약뿐만 아니라 네이버 잔여백신을 조회해서 백신 접종을 신청했다. 강남구 일대에 있는 병원 15곳에 전화를 돌렸다”며 “단체운동을 좋아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그동안 못했던 단체운동이 정말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불안한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백신을 안 맞는 것보단 맞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동창회도 미뤄놓은 상태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톡·네이버로 잔여 백신 접종 예약…지인들 “예약 성공 부러워”


서울 서초구·동작구 일대 네이버·카카오톡 '잔여 백신 당일예약' 서비스 화면. 네이버·카카오톡 캡쳐. ⓒ데일리안 서울 서초구·동작구 일대 네이버·카카오톡 '잔여 백신 당일예약' 서비스 화면. 네이버·카카오톡 캡쳐. ⓒ데일리안

일반적으로 병·의원에서 발생하는 노쇼 백신은 카카오톡·네이버 잔여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화나 방문을 통해 예약한 대기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종 기회가 주어진다.


이로 인해 노쇼 백신 접종 대기자가 수십 명씩 있는 병·의원에서는 카카오톡·네이버에 남아있는 잔여백신 수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네이버를 통해 잔여백신 접종예약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카카오톡 잔여백신 예약을 통해 지난달 28일 AZ 백신을 접종한 서울 관악구 거주 조모(31)씨는 “해외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서 기회가 되면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싶었다. 동갑 친구들도 백신을 맞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백신을 맞으니 후련하다는 생각이 컸다. 좀 더 안전한 백신을 맞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당장이라도 백신을 맞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네이버·카카오톡 잔여백신이 0건으로 뜨는 것에 대해 허탈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언제 잔여백신이 풀릴지 알 수 없는데 계속 새로고침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친구들 대다수가 직장인이라 업무시간에는 잔여백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병원들 노쇼 백신 예약 문의에 '한숨'…일반 진료 업무에 차질


노쇼 백신 예약 열풍이 뜨거워지자 병·의원 측은 예약 문의 대응으로 인해 일반 진료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약 안내와 변경에 병원 인력이 쏠리면서 질병으로 내원한 환자들 진료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용산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노쇼 백신 예약 관련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다음 주에 맞을 백신 예약까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나중에 예약하신 분들이 예약이 완료된 일정에 비집고 들어가 접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은 당장 다음 주에 바로 맞고 싶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행정 업무가 너무 많아서 일반 진료마저 안 되고 있다”며 “노쇼 백신 접종자들 일정 맞추랴, 예약 변경하랴 행정 업무로 인해 부담이 가중돼 병원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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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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